이제는 저멀리 타국으로 흩어진 친구들이 모였다. 결코 흔한 기회가 아니다. 그 기회의 빈도가 줄어드는 만큼 나는 외로운 인간이 되가고 있다. 이런 위기감까지 더해지고 있는 그런 때에 이는 결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런 기회를 그저 허름한 술집에서, 초록색 당구대 주위에서, 쾌쾌한 공기의 PC방에서만 보낼 수는 없다.
이런 핑계를 더해, 주말을 꾀해, 우리는 강원도로 갔다. 목적지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가 존재하는 강원랜드. 밤을 가르고 달려 동이트는 시간 카지노까지 5분 거리인 고한읍에 도착했다. 시장한 우리는 24시간 영업으로 우리를 반기는 그러나 맛없는 식당에서 적당히 요기를 했다.
위풍당당. 우리는 입장했다. 나는 이런 놀이라면 무엇이든 능하다. 결코 돈을 딴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겨도 능숙하게 지더라도 의연하다는 얘기다. 즉 일치감치 도박중독의 그늘에서는 벗어나 있는 인간이라는 얘기다. 이런 인간의 눈에는 눈이 벌건 도박 좀비들은 그저 불쾌할 따름이다. 그들은 요의도, 식욕도 없다. 그저 자리를 차지해 끊임없이 돈을 바꾸고 잃고를 되풀이 할 뿐이다. 그런 좀비들 뒤에서 한참을 기다린 뒤에 우리는 겨우 룰렛의 테이블 한켠을 차지할 수 있었다.
나는 룰렛을 사랑한다. 운이라는 겜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만 제외한다면 베팅의 다양성으로 리스크의 최소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일하게 잡담을 하며 할 수 있는 여유있는 게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룰렛 테이블의 한켠에 앉아 베팅하고 잡담을 주고 받으며 여유를 누렸다. 그러면서 지면 아쉬워하고 이기면 기뻐했다.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올해의 여름은 생각치도 않던 강원도의 카지노 실내에서 왔다. 그렇게 기다려 맞았던 여름의 얼굴은 며칠후 친구의 출국과 함께 가을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